부여군의회가 ‘탄소중립 농산물 인증제’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들고 공개 석상에 섰다. 지난 7일 열린 ‘탄소중립 농산물 인증제 도입 타당성 검토 최종보고회’는 단순한 연구용역 보고 자리를 넘어, 부여 농업의 미래 방향을 묻는 질문에 가까웠다.
3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의원연구단체가 착수보고회, 중간보고회, 주민공청회를 거쳐 최종 결론을 도출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행정 내부 논의에 머물기 쉬운 정책 연구를 군민과 농업인의 의견 수렴 과정까지 포함시킨 점은, 형식적 절차를 넘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부여군 대표 농산물 브랜드 ‘굿뜨래’의 확장성에 있다. 지금까지 ‘굿뜨래’가 품질과 신뢰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면, 앞으로는 ‘환경 가치’라는 새로운 기준을 더해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탄소중립 농산물 인증제는 그 해답 중 하나로 제시됐다.
물론 길은 쉽지 않다. 인증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농가의 부담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행정은 어디까지 지원할 수 있는지 등 현실적인 과제가 산적해 있다. 자칫 잘못하면 또 하나의 ‘좋은 취지의 정책’으로만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고회에서 오간 정책 실효성과 행정 지원에 대한 논의가 가볍지 않았던 이유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김기일 대표의원의 말처럼, 부여군이 탄소중립 농업을 선언적 구호가 아닌 ‘실천 가능한 정책’으로 구체화하려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다. 탄소중립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고, 농업 역시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누가 먼저 길을 닦느냐이다.
최종보고서가 군의회 누리집과 정책연구관리시스템(PRISM)을 통해 공개된다고 한다. 이제 공은 행정과 집행부, 그리고 현장의 농업인들에게 넘어갔다. 탄소중립 농산물 인증제가 ‘보고서 속 정책’으로 머물지, 아니면 ‘굿뜨래’의 다음 이름표가 될지는 앞으로의 선택과 실행에 달려 있다.
부여 농업은 지금, 변화를 미룰 것인가 선점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 기자의 눈에 이번 보고회는 그 갈림길 앞에 세운 첫 이정표였다.(부여신문=유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