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다. 출생률 하락과 청년 유출, 고령화의 삼중고 속에서 많은 지자체가 ‘인구 늘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이제 단순한 주민등록 인구 늘리기 경쟁은 한계에 도달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람이 머무르고, 일하고, 다시 찾게 만드는 ‘생활인구’ 전략이다. 부여군이 주목해야 할 해답 역시 여기에 있다.
부여는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문화·역사 관광자원을 갖춘 도시다. 백제왕도 유적과 세계유산, 백제문화제, 부여·서동 연계 관광, 금강과 궁남지, 농촌체험과 역사 스토리텔링까지 이미 ‘명품 관광거점’의 조건은 충분하다. 문제는 이 자산들이 관광으로만 소비되고, 지역 일자리와 정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광객이 하루 머물다 떠나는 도시와, 일정 기간 머물며 일하고 소비하는 도시는 완전히 다르다. 생활인구는 단순 방문객이 아니라 지역 경제의 실질적 주체다. 이를 위해서는 관광자원을 중심으로 한 연계형 일자리 구조가 필요하다. 단기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콘텐츠 기획·운영, 해설·교육, 문화기획, 관광 데이터 관리, 미디어·영상 제작, 축제 운영, 농촌체험 코디네이터 등 지속 가능한 관광 기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대상은 청년과 중장년, 은퇴 세대다. 수도권에 살면서도 일정 기간 부여에 체류하며 일할 수 있는 체류형 일자리, 프로젝트 단위로 참여하는 관광·문화 협업형 일자리는 충분히 가능하다. 백제문화제와 같은 대형 축제를 ‘행사’가 아닌 연중 운영되는 콘텐츠 산업 플랫폼으로 전환할 때,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또 하나 중요한 축은 미디어와 데이터다. 관광은 이제 ‘보는 것’에서 ‘기록되고 확산되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역 축제와 관광자산을 콘텐츠로 생산하고, 이를 영상·디지털 플랫폼으로 유통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부여는 단순 관광지가 아니라 콘텐츠 생산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이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생활인구 확대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전략이다.
생활인구 정책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 머물 이유가 있어야 하고, 머무는 동안의 역할과 보상이 있어야 하며, 다시 찾고 싶은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명품 관광거점과 일자리가 연결될 때, 부여는 ‘왔다 가는 도시’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도시가 된다.
지금 부여군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건물이 아니다.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구조, 일할 수 있는 무대, 그리고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관광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관광을 일자리로, 일자리를 생활인구로 연결하라.
그것이 부여가 지방소멸의 파도를 넘어설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